['고속철 수출' 눈 감은 정부] 200조 시장 겨냥한 '해무' 3년째 시운전만…정부는 '나 몰라라'

입력 2015-03-18 22:30  

원주~강릉 고속철 등 건설 계획만 세워놓고
동력방식은 확정 안해…정부 "안전성 검증이 우선"

中·日은 정부 주도 지원…시진핑·아베도 세일즈



[ 정인설 기자 ]
국내 철도차량 업체인 현대로템은 2012년 9월 최고 시속 430㎞까지 낼 수 있는 동력분산식 고속철 차량인 ‘해무-430X’(해무)를 개발했다. 200조원 이상인 세계 고속철 시장을 겨냥해 2007년 7월부터 955억원을 들여 이뤄낸 성과였다. 국책 연구 과제였기 때문에 곧바로 상용화될 줄 알았지만 3년째 시험 운전만 하고 있다. 주행 거리만 13만㎞를 넘었고 시운전 기간이 끝나는 오는 8월이면 15만㎞를 달리게 된다. 최초의 한국형 동력집중식 고속철 차량인 KTX-산천이 5만7000㎞가량 시운전을 하고 2010년 2월 현장에 투입된 것과 비교된다.

‘나 몰라라’로 일관하는 정부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해무의 가격과 속도를 문제삼았다. 동력분산식인 해무의 가격이 동력집중식보다 비싸고 최고 시속이 430㎞여서 300㎞ 이상 속도를 내기 어려운 한국 지형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약점으로 지목했다. 현대로템은 작년 4?해무보다 원가가 싸면서 최고 시속 250㎞까지 낼 수 있는 동력분산식 고속철 차량 국산화에 성공했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한국형 동력분산식 고속철 상용화에 소극적이다. 평창올림픽에 대비해 2018년까지 원주와 강릉 간 고속철(원강선)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확정했지만 고속철의 동력방식에 대해선 아무런 방침을 세우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차례로 완공하는 중부내륙선(94.8㎞)과 중앙선(173.6㎞), 서해선(90㎞), 장항선(32㎞), 경원선(20.8㎞), 경전선(115.2㎞) 등 6개 노선도 오리무중이다. 원강선까지 합해 총 18조원의 사업비를 투입하면서 가장 기초적인 고속철 동력방식에 대해 구체적인 도입 일정을 세워놓지 않은 것이다.

한동민 국토부 철도기술안전과장은 “해무를 충분히 시운전해본 뒤 안전하다는 결론이 나면 동력분산식 상용화에 대해 논의해볼 수 있다”며 “현재로선 구체적인 도입 일정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고속철 사업을 수주한 뒤 실제 공급하는 데까지 5년가량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2018년 완공 예정인 원강선뿐 아니라 2020년 준공하는 다른 고속철의 동력방식을 연내 확정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최진석 한국교통연구원 철도본부장은 “독일 지멘스와 일본 히타치 등도 자국에 고속철을 상용화한 뒤 5년 내 해외로 수출했다”며 “한국도 고속철 강국이 되기 위해선 국토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힘을 합쳐 고속철 해외 수출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적극적인 중국과 일본 정부

한국과 가장 많이 비교되는 국가가 중국이다. 중국은 고속철 분야에서 후발 주자였다. 첫 고속철 구간인 베이징~톈진 구간이 한국보다 4년 늦은 2008년 개통됐다. 하지만 경쟁국에 비해 30%가량 낮은 가격으로 경쟁력을 갖춘 데다 중국 정부의 지원까지 더해지면서 무섭게 성장했다.

중국의 경제주간지 차이징이 “시진핑(習近平) 정부 들어 국가 최고 지도자들이 고속철 세일즈맨으로 적극 뛰고 있다”고 평가할 정도였다.

시진핑 주석은 작년 9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인도 고속철 건설사업에 앞으로 5년간 200억달러를 투자하는 것을 골자로 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 역시 “외국에 나가 중국 고속철을 팔기 위해 홍보할 때면 마음 깊은 곳에서 힘이 우러난다”고 말하며 태국 영국 러시아 등에서 고속철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성과를 거뒀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철도사업을 추진 중인 해외 정상을 만난 자리에선 어김없이 일본 기업이 수주할 수 있도록 협조를 당부했다.

아베 총리는 다음달 말 미국 방문길에도 1999년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 이후 처음으로 캘리포니아를 찾아 일본 기업의 고속철 수주를 지원하는 ‘신칸센 영업’에 나설 계획이다.

■ 동력분산식 열차

디젤 엔진이나 전기 모터 같은 동력원이 모든 전동차량에 장착돼 있는 열차. 사륜구동 자동차에 비유돼 가속하거나 급정차할 때 안전한 게 강점이다. 기차역 구간이 짧고 산악 지형이 많은 한국에 적합하다는 평가가 많다.


■ 동력집중식 열차

동력원이 맨 앞쪽과 뒤쪽의 전동차량에만 달려 있는 열차. 동력원이 있는 두 칸의 기관차에는 사람이 탈 수 없고 기관차 힘으로 전체 전동차를 움직여 급제동에 취약하다. 주요 부품이 덜 들어가 동력분산식 열차보다 가격이 20% 이상 싸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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